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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제부터 붙잡고 있던 현대문학사 리포트 드디어 다 썼다. 실질적으로 쓰는 데 걸린 시간보다는, 이런저런 자료 찾고 읽는 데 걸린 시간이 당연히 많다. 당분간 해방 이전의 글들은 안 볼테다, 특히 1930년대. 2. 이제부터 오늘 오전 11시에 있을 교육철학 기말고사 공부!...를 해야겠는데 두통이... orz 3. 그래서 어제 인스턴트 주제에 학관 밥보다 비싼 럭셔리(..)한 전복죽을 사뒀다. 전복죽 별로 안 좋아하지만 뭐 다른 것보다는 몸에 좋겠지. 요즘은 평소 안 챙겨먹는 영양제 비스무리한 것들도 꼬박꼬박 잘 챙겨먹고 있고, 밥도 소화 잘 되는 걸로 먹고 있고, 과일도 자주 먹고 있다. 어머, 이거 나도 웰빙?!...일리가 있나... 이거 뭔가 도핑하고 있는 기분이야 -┌ 그래도 역시 난 약발이 잘 받는 체질인듯, 으하하하 4. 그렇다고 해서 딱히 평소에 비해 해야할 걸 많이 미룬 것도 아닌데 왜 이렇지? 뭐긴뭐야, 능력부족이지. 학기 끝나면 그냥 닥치고 착실하게 공부나 해야겠지 말입니다. -_; 5. 파이야, 로또되면 나 손기사 좀 시켜달라는, 이 옵하 당장 휴학하고 국가고시 내가 늘 작은 일에 상처를 받는 것이 예민함보다는 진지함 탓임을 잘 알고 있는 그는 한마디 더 덧붙인다. 너도 이제 인생에 대해 서정적 태도를 버릴 나이가 안됐던가? (p.134) 그러고는 제풀에 급히 입을 다문다. 그냥 해본 인사치례일 텐데 무슨 심각한 사안이라고 이렇게 일일이 분석해가며 진지하게 진실을 규명하고 있는 것인지! K라면 '안 늙었다구? 그럼 요새 늙는 사람도 있나?' 하거나 '다들 젊어지는데 나만 그대로 안 늙고 멈춰 있어서 큰일이야'라고 간단하게 눙칠 것이다. 꼭 K만이 아니다. 나도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는 농담에 적극적으로 응전하는 편이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긴장하게 되면 이처럼 남몰래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농담에까지도 정면대결을 하려 드는 것이다. (p.160) '인간에게는 다 약점이 있다. 누구에게나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점은 있다. 내 탈모증의 환부처럼. 그리고 성숙하지 않고 건너뛴 내 유년처럼.' (p.163) "그래, 솔직히 말하면 말야, 내 땜통처럼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주제에 저 혼자만 진지해갖고 설치던 이십년 전이나, 그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열심히 감추려고 하는 지금이나 우스운 건 마찬가지야. 나도 알아. 근데 말야, 그냥 우스운 존재로 살면 그만인데 난 그게 잘 안돼. 왜 그럴까?" K는 불쑥 말을 돌린다. "너, 어제 보니까 땜통이 더 커졌더라. 근데 사람들은 네가 일부러 드러내놓고 다니는 줄 알아. 널 냉소적이고 위악적인 여자라고 하더라니까. 네 소설의 주인공같이 시건방지고 독하다고 말야." "그게 정말이야?" K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나는 웃기 시작한다. (…) 너무 웃긴다, 웃겨. 내가 농담을 좀 안다는 거, 그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지? (p.164) [문학동네 1997년 봄호] '나'는 말하자면, 일찍 조숙한 탓에 사춘기가 유난히 긴 여자였다. 삶의 이면을 잘 알고 있고, 그러나 정작 '삶의 진실을 깨치게 해줄 시련'으로부터는 충분한 교훈을 얻지 못한 상태로 성인이 되어야 했던 여자였다. 만약 '나'가, "부모님 대신 맹목적 가족애를 가르쳐준 외할머니가 매일 대야에 초록색 물을 하나 가득 토해내며 암으로 죽어갈 때, … 아니면 구둣발로 안방까지 들어온 남자들이 장롱과 텔레비전에 빨간 도장이 찍힌 딱지를 붙이고 가던 때" 그것이 시사하는 생존의 조건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었다면, '나'는 훨씬 더 성숙한 여인으로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렇다 해서 '나'가 바로 그와같은 생존의 절대적 조건들에 대해 무감각하다거나 그것의 의미를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막상 당할 때는 충분히 주의가 기울여지지 못한 일들도 의식 저편으로 영원히 흘러가버리는 것이 아니며, 의식이라는 표막 아래 말없이 저장되고 축적되다가는 그것이 의식적으로 상기되어야 하는 때가 당도했을 때는 마침내 무상의 힘을 발휘할 수가 있다. 이것이 융(C. Jung)으로 대변되는 무의식이론의 견해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현재의 '나'는 바로 그런 조건들에 대해 무관심할 수도 무지할 수도 없다. 오히려 바로 그런 것들에 더욱더 민감한 존재가 되었을는지도 모르며, 바로 그 탓에 자신의 성숙이 연기(延期)되었음을 깨달았을 때, '나'는 타인들보다 훨씬 더 급진적인 방식으로 이른바 인생에의 '서정적인' 태도를 부정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점에서 그녀의 '농담'에는 냉혹성이 깃들여 있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 가슴속에 간직해온 20년 전 첫사랑의 신화가 말짱 거짓이고 환상의 산물일 뿐이라는 사실 앞에서, '나'는 그토록 경계해왔음에도 또 다시 빠져버린 미망(迷妄), 인생과 사람을 서정적으로 대하곤 하는 자신의 뿌리깊은 습성을 깨닫는다. '농담'이라는 포즈의 절실성을 뼈저리게 느끼고야 마는 것이다. 진지함에 가해지는 세상의 폭력에 대해서 '냉소'와 '위악'이 아니고는 달리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것, 냉혹한 세계와 함께 감상(感傷)을 단적으로 거부하는 것, 이것이 「서정시대」가 내린 또 한번의 결론이다. 그녀의 '농담'에 배어 있는 우울이 하루아침에 형성되지는 않았음을 보여주기에 이 작품은 부족함이 없다. (…) (pp.287-289) 해설/ 방민호, 「가족이 지배하는 세계의 '농담'과 연민」
(은희경,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창작과비평사, 1999) ----------------------------------------------------------------------------------- 은희경 씨는 여자인 친구들에게 권하기 편한 작가 중 한명이다. (파이야, 기말고사 끝나면 『마이너리그』를 읽어보렴. 딱 네 취향일 것 같다 낄낄) 이 소설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서정시대」. 그외 괜찮았던 건 「멍」과 표제작인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진지함에 가해지는 세상의 폭력"에 대응할 방법이라… 글쎄, 다시 더 높은 곳으로 기어올라가는 수밖에. 이번에는 얼마나 더 가야할까, 아니,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포기하는 게 편하긴 한데 성격이 워낙 안 좋다보니 잘 안된다. 살아오면서 엄청 좌절스러웠던 적은 없었던 모양이다. 그게 아니면 머리가 나쁘든지. 아니다. 역시 성격이 안 좋아서가 맞는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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